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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너무 부담스러워 조정을 요청했지만 '요새 시세(매매호가) 오른 것도 모르냐'는 핀잔만 들었다"며 "주변 다른 전셋집들도 가격이 모두 크게 오른 상태라 더 외곽으로 나가봐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린다고 하는데 치솟는 전셋값에 전전긍긍하며 전세난민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주택 매매호가가 오르면서 전세가격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고 있는데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본격화로 수급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1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30주 연속 올라 지난해 말 대비 2.67%(11일 기준) 상승했다. 특히 봄 이사철이 마무리되고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다소 진정세를 보였던 전세가격은 지난 6월부터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6월 첫째 주 전세가격은 0.03% 오르는데 그쳤지만 6월 마지막 주에는 0.05%, 7월 셋째 주에는 0.06%로 두 배 가량 상승폭이 커졌다. 이달 들어 상승폭이 둔화되는가 싶던 전세가격은 지난주(8월5일~11일) 0.05% 올라 전주대비(0.04%)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
전셋값 상승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 중에서도 강북구 서대문구 등 강북지역 전셋값 상승세가 눈에 띈다. 강북구 전셋값은 지난주에만 전국 평균의 5배에 달하는 0.25%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비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는 것은 저금리로 인한 월세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강남발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가 본격화되면서 물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강남구 개포시영과 개포주공, 송파구 가락시영, 서초구 한신5차와 우성2차 등 2만여 가구가 넘는 재건축단지들이 연내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거나 이미 이주를 시작한 상태다.
최경환 새경제팀의 LTV·DTI 규제완화 등 부동산대책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대책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매매호가가 오르는 등 집값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덩달아 전셋값도 뛰고 있다는 것이다.
성북구 돈암1동에 있는 A공인중개사 한 관계자는 "호가만 오르고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최근 시세를 반영해 전셋값을 올리려 한다"며 "전세매물이 많지 않아 사실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실제 매매가격이 아닌 호가라도 일단 집값이 오르면 전월세 임대료도 상승하는 게 보통으로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치솟는 전셋값과 물량부족으로 벌써부터 값싼 전셋집을 찾아 곳곳을 떠도는 전세난민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경기·인천 등으로 거처를 옮긴 순이동인구(전출자-전입자)는 8395명으로 전월에 비해 808명 증가했다.
올 들어 누적 기준으로는 3만7685명이 이동했다. 인구가 이동하는 이유 중 주택으로 인한 이동은 전체 40%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당수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외곽지역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세입자들인 셈이다.
<펀글.머니투데이>
-부동산교환 우리114-